나는 자연인이다 549회 재방송 다시보기 방송시간 편성표
산중 멋쟁이의 블루스 자연인 성심
나는 자연인이다 재방송
쨍하게 내리쬐는 여름 해를 피해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숲길로 접어든 윤택. 시원한 계곡물을 구경하던 것도 잠시, 누군가 그를 멈춰 세운다. 중절모에 콧수염, 부리부리한 눈매를 가진 사나이. 서부영화에 나올법한 모습을 한 그는 자연인 성심(67) 씨다. 아찔한 외나무다리를 성큼 건너고 우거진 산속을 종횡무진하는 이 남자.
갑자기 나타난 독사도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는 그가 산중에 16년째 살아가는 사연은 무엇일까. 성인이 되기 전 그는 밥벌이를 위해 고향 강원도를 떠나 서울 근교로 향했다. 처음 택한 일은 농사.
50년도 지난 그 시절,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나름 수확도 좋고 아내를 만나 연년생으로 딸도 셋이나 안으며 가정을 꾸렸다. 무난하게 흘러가던 그의 삶이 휘청거리기 시작한 건 아내가 넷째를 출산하면서부터다. 갑자기 뇌하수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몸에 이상이 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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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아내는 늘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아내가 집을 비우면 자식들을 돌보는 건 그의 몫이었다. 아이들을 먹이고 아내의 병원비를 감당하려면 돈이 더 필요했다. 그는 건축 현장 일로 진로를 바꾸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건물을 짓고 다닌 끝에 빠르게 관리직에 올랐지만, 애로 사항도 만만치 않았다. 공사대금 입금이 제때 되지 않는 일이 허다했고 일꾼들에게 일당을 나눠주지 못하는 날이면 그 원망은 고스란히 그에게로 향했다.
대학병원에서는 아내의 치료비를 내라고 독촉하고 일꾼들은 일당을 못 받아서 성화니 그가 짊어지고 있는 책임의 무게는 한없이 무거웠다. 하루는 참다못해 가방에 부탄가스를 넣고 결판을 짓겠다는 일념으로 사장의 집으로 향했는데 애원하는 사장 부인의 모습에 마음 약한 그는 결국 공사대금도 받지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다. 그렇게 숨통 트일 곳 하나 없던 그가 유일하게 마음 편해지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산이었다. 현장이 쉬는 날이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서 산에 올랐는데, 산에만 가면 이상하게 피로가 풀리고 더 자유로워졌던 것. 그리고 17년 전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2년의 준비 끝에 지금의 산으로 왔다. 넝쿨이 늘어진 정글 같은 숲속에 텐트 하나 두고 잠을 청하며 나무와 흙을 채워서 완성한 집.
꽃을 무척 좋아하기에 자줏빛 작약과 분홍색 금낭화로 마당을 꾸미고, 닭, 토끼, 기러기, 염소까지 하나씩 동물을 키우다 보니 작은 동물농장이 돼버렸다. 산에 다니며 하나씩 채운 담금주는 벌써 30년 세월이 훌쩍 넘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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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꿈꿨던 음악 감상실에는 수백 장의 LP가 정리되어 있는가 하면 가끔 산을 찾는 아내를 위해 만들었다는 약초 찜질방은 그의 또 다른 자랑거리이다.
날이 좋은 날에는 음악이 흐르는 정원에서 빨래를 말리는 동안 커피를 마시는 여유도 즐긴다는 자연인. 남들은 괴짜라고 부를지도 모르지만, 산중에서 홀로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 자연인 이오갑 씨의 이야기